'클루지'는 심리학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주었기에, 내 인생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기대감이 너무 컸었나 싶었지만 다 읽고 나니 '읽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누군가의 말처럼 실수 투성이었던 내 인생과 결함 투성이인 내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오류와 결함을 인식함으로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다.
'클루지'라는 생소한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뇌=마음'이라는 개념이다.
나는 이것을 몰랐다. 뇌는 기억장치나 계산장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마음이나 감정적인 것은 뇌가 아닌 심장이나 가슴이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마음이나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듯하다)
이 개념을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뇌가 감정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다루는 '클루지'라는 책에서도 동일하게 말하고 있다.
1. 실수와 결함 투성이 우리 마음(뇌)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우리 뇌가 곧 클루지라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문제들이 닥치는데 우리 뇌는 그 문제들을 멋지고 깔끔하게 해결하기보다는 오류와 결함 투성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주먹구구(어림짐작으로 대충 계산)식, 임기응변(생각할 여유 없이 몹시 바빠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맞춰 즉각 처리함)식으로 문제를 대한다는 것이다.
클루지를 이해하기 위한 예로 초기 자동차의 와이퍼(빗물 등을 닦아내는 장치)를 들 수 있다.
초기 자동차는 전력이 약해 전기로 와이퍼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엔진에서 나오는 흡입력으로 와이퍼를 움직였다고 한다.
그래서 언덕을 올라가거나 가속 페달을 밟으면 와이퍼가 느려지거나,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비나 눈이 시야를 가리는 상황에서도 와이퍼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차가 평지나 천천히 달리는 상황에서는 와이퍼를 사용할 수 있으니 없는 것보다야 시야 확보에 훨씬 도움 된다.
우리 뇌와 마음이 이렇다는 것이다. 옛날 차의 와이퍼 같다.
인생의 오르막과 비가 내리는 상황,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 못하고 버벅되는 와이퍼가 곧 우리의 마음이자, 뇌이다.
비록 클루지라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 뇌이다(오죽하면 '무뇌'는 심한 욕이지 않은가?).
2. 우리 뇌가 클루지가 된 이유? 주먹구구식 진화 때문에
우리의 마음의 설계가 왜 완벽하지 못하고 클루지스럽게 된 걸까?
우리 뇌가 과거의 환경에 맞춰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거는 거의 원시인이었을 아주 먼 옛날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환경과 이 아주 먼 옛날의 환경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초창기 모델의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진화하였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 수 없기에 진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진화라는 것이 새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보니, 불 필요한 기존 것의 잔재(과거의 낡은 것이나 찌꺼기)가 남아있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현재 환경에 맞게 새로 설계되었다면 클루지는 없었을 것이다.
이 전부터 존재해 온 사람은 끊임없이 생존하고 번식해야만 했기 때문에, 진화도 생물의 작동이 계속 진행되는 상태에서 동시에 이뤄지게 되었다.
현재 환경에 맞는 새로운 존재라면 클루지 없이 완벽할 수 있었겠지만, 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의 환경도 과거처럼 계속 바뀌어 갈 것이기에, 이 새로운 존재 역시도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진화해야 할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진화는 새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변화해 생존에 유리하게 적응하는 것이기에, 진화하기 전 것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우리 뇌에서는 진화하기 전 것(반사체계)이 메인으로 작동하고 진화된 것(숙고체계)이 보조로 작동한다.
3. 우리 뇌에서 발생하는 첫 번째 클루지 : 허술한 기억력
먼저 신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클루지는 척추라고 한다.
디스크, 요통 등 척추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은 단 하나의 기둥으로 몸무게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척추가 X자였다면 몸무게가 분산되어 척추 문제를 덜 겪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몸이 현재와 같은 척추인 이유는 본래 네 발로 걷던 인간이 몸을 일으켜 두 발로 걷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일자형 척추는 네 발로 걷거나 뛰는 동물에게 적합하다.
인간이 생존에 적합하게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립보행으로 진화하면서, 척추 병의 문제가 클루지로 생긴 것이다.
이 책은 신체의 클루지보다 뇌와 마음의 클루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사람의 허술한 기억이다.
사람의 기억 방식은 컴퓨터의 기억 저장 방식과는 다르게 허술하다고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전체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부분 부분 조각내어 기억한다.
우리 뇌는 이런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하나로 정돈시키는 체계가 없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조각조각의 기억을 불러내는 것은 맥락(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맥락 기억'이라 하는데 우리가 어떤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찾는 기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연관된 단서를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맥락 기억이다.
예를 들어 어제 차를 어디다 주차했는지 찾지 못할 때, 차를 주차하기 전 후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맥락 기억의 한 예이다.
맥락 기억에 대한 개인적인 일화로는 '던킨도너츠'라는 상호가 자주 기억이 안 났는데, 도넛 파는 곳→ 주황색→ 백화점 맞은편 매번 이런 식의 하나하나 관련된 맥락 단서들을 떠올리다 '던킨도너츠'라는 이름이 기억이 나곤 하였다.
모든 기억이 이렇게 버퍼링이 심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 기억나는 기억은 다음과 같은 기억이라고 한다.
자주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기억, 가장 최근의 기억, 과거에 경험했던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맞이했을 때의 과거 기억,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했던 기억이 버퍼링 없이 생생하게 잘 떠오른다.
물론 생생하게 잘 떠오르는 기억조차 맥락 단서에 따라 주관적으로 편집된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억이 맥락에 의해 맘대로 편집되고 조작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것이 클루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힌트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자아는 결국 누적된 기억의 합계 값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기억의 오류를 인식한다면, 클루지에서 벗어나는데 유리해진다.
4. 인간이 허술한 기억력으로 진화한 이유? 그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문명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 호랑이와 같은 위험한 동물의 흔적(배설물이나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흔적이 호랑이인지 곰인지 분석해서 그에 맞는 대처법을 생각하고 있다가는 위험한 동물의 뱃속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상황 분석에 따른 대처가 아닌,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다.
그것이 그 시대에서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동물의 발자국을 본 것만으로 발이 저절로 뛰게 되는 것은, 생존에 중요했던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가 비슷한 상황을 직면했을 때 반사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조상들이 가만히 있다 잡아먹혔다. 살려면 여기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이 같이 많은 생물 종들은 구체적인 것(이 발자국은 곰 발자국이야)은 잊더라도 요점(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 모르지만 발자국이 크니 도망가야 해)만 기억하면 충분했다.
이렇게 자동 반사적으로 기억해 내고 생각하는 것을 '반사 체계'라고 한다.
맥락(요점)만 기억하는 것이 반사 체계로 기억을 떠올리는데 유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어떤가?
반사 체계보다는 숙고 체계(시간을 들여 분석하고 판단하는 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지금 시대에도 반사 체계로 빠르게 선택해야 할 일들이 존재한다.
모든 삶의 선택에서 숙고 체계를 사용하는 건 뇌를 학대하는 것이다.
오늘날은 우리 조상들이 거의 접하지 않았던 종류의 요구들에 직면한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업무나, 집이나 가게 등 거금이 오가는 계약, 투자 등의 각종 돈과 관련된 복잡한 금융 업무 등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잘 판단해야 할 일들(과거에는 없었던 일들)이 있다.
지금은 오래 생각한다고 잡아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오래 생각해도 최선의 판단이 될 만큼 인간은 똑똑하지 못하다.
5. 기억의 속임수
앞의 내용에서 우리의 기억들이 모여 우리의 자아가 되고 우리 자신이 된다고 언급하였다.
기억은 지식이고 경험이고, 또 오감으로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읽은 것이다.
우리는 기억을 바탕으로 신념을 형성한다.
또 기억을 통해 추론하고 판단하여 의사 결정을 내린다.
그렇기에 기억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다.
(미래인 이유는 기억을 통해 미래의 선택하기 때문)
이 중요한 기억이 오류투성이고, 우리를 속여 잘 못된 신념을 갖게 하고, 비논리적인 추론을 하게 하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이제 기억이 잘 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① 예비 효과에 간섭받는 기억
노인들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정돈시키는 과제를 부여받은 대학생들이 과제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떠날 때, 노인들을 연상하는 단어를 정리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천천히 걸었다고 한다.
또 '교수', '지적인' 같은 단어를 미리 접했던 사람들이 '축구장 난동꾼', '어리석은' 같은 표현을 접한 사람들보다 지적 과제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기억은 입력되는 정보(예비 효과)에 따라,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다른 기억들을 불러오게 된다.
이 예비 효과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예비 효과는 우울을 강화한다. 우울한 기분은 우울한 것을 생각하도록 예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울한 사람이 술을 마시거나 슬픈 노래를 듣게 되는 것이 예비 효과의 예이다.
또 다른 인종이 일으키는 범죄나 부정적인 내용으로 예비된 사람은 인종 차별 경향을 강화시키게 된다.
또 예비 효과가 일으키는 잘못된 기억의 문제도 책에 기록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자동차 사고 영화를 본 실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금씩 다른 질문을 던졌다.
Q1) 자동차들이 충돌했을 때 차들의 속도는?
Q2) 자동차들이 세게 충돌했을 때 차들의 속도는?
어떤 질문을 받은 실험자들이 자동차 속도를 높게 말했겠는가?
짐작할 수 있듯이 Q2)의 질문이 실험자들이 더 빠른 속도로 기억했다고 한다.
고작 질문에 '세게'라는 단어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실험자들의 기억은 간섭받았고 또 왜곡되었다.
우리 기억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 수 있었던 실험이었다.
② 결과에 따라 조작된 기억
로스 페로라는 대통령 후보는 강력한 추종 세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수세에 몰려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때 추종자들에게 로스 페로의 사퇴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조사하였다.
이후 로스 페로는 다시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이 전에 호감도 조사를 했던 추종자들에게 다시 호감도를 조사했다.
그를 다시 추종했던 사람들은 그가 사퇴했을 때 실망감 등의 부정적인 기억을 지워버렸고, 그를 떠나 다른 후보자들 지지하게 된 사람들은 사퇴 전 그를 지지하게 했던 긍정적인 기억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지워 버렸다고 한다.
이 사례는 선택 결과에 따라 자신의 기억이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이면서, 여/야의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반대 정당 지지자들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정치 얘기만 나오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사례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사랑하고 좋아 죽어 결혼했는데, 그때 기억은 온 데 간데 없이 이제 서로 도저히 참아줄 수 없고 꼴 보기 싫어 이혼하는 부부들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애석하게도 우리의 기억은 우리 선택의 결과에 따라 편집되고 조작된다.
③ 후광 효과, 갈퀴 효과
매력적인 외모로 좋은 기억, 매력이 떨어지는 외모가 나쁜 기억 나뉠 수 있다니 매우 안타깝다.
잘 생긴 교사가 잘 가르치는 것을 보면, 잘생긴 선생님은 대부분 잘 가르친다고 섣부른 확증 편증을 한다고 한다.
외모가 서로 상반된 2장의 아이 사진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 아이가 눈 뭉치에 돌을 넣어 던졌다고 실험자들에게 이야기해 주며, 아이에 대한 분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외모가 매력적인 아이에 대해서는 관대한 분석(아이가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 그랬을 것이라는)을 하였고, 외모가 매력적이지 못한 아이에 대해서는 아이 성품이 나쁘다는 분석뿐만 아니라 교육 개혁까지 해야 한다는 등의 과도한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매력적인 아이에 대한 관대한 평가는 후광 효과가 작용한 것이고, 매력적이지 않은 아이에 대한 가혹한 평가는 갈퀴 효과가 작용된 것이라고 한다.
안타까우면서도 다들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매력적인 사람에게 이상하게 신뢰가 가고, 비호감으로 느낀 사람은 알면 알 수록 더 정이 떨어졌던 경험.
우리의 뇌와 그 안에 기억은, 하다 하다 이제는 외모에게까지도 오염된다.
이래도 자신의 기억을 신뢰하는가?
③ 행복은 기억 순이잖아요
책에는 질문의 순서를 뒤바꿔 실험했던 사례도 있다.
첫 번째 질문 "당신은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지난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는가?"
이런 순서로 질문했을 때 두 질문 사이에 상관관계는 없었다고 한다.
아래와 같이 반대로 질문했을 때는 결과가 달랐다고 한다.
첫 번째 질문 "당신은 지난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는가?"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치 데이트가 행복의 척도인 것처럼 데이트를 많이 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답했고, 데이트를 많이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행복에 대해서 먼저 질문했을 때는 실험자들의 행복에 대한 신념이 오염되지 않았지만, 데이트 빈도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하게 되었을 때는 실험자들의 행복에 대한 신념이 데이트 빈도에 오염된 것이다.
데이트 빈도가 아니더라도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올리느냐에 따라(또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중 어떤 것이 더 많이 떠오르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쉽게 변경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④ 왜 나만 해? - 자신의 경험에만 몰두하는 경향
부부든, 룸메이트든 역할을 나눠서 살림할 때 어느 한쪽이 서운한 이유는 바로 각자 자신의 경험에만 몰두하는 경향 때문이다.
실제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 지를 물었을 때, 그 총합계가 해당 프로젝트 결과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공동으로 수행하는 일에 대해, 그 일을 함께한 구성원들이 대부분 자신의 성과를 결과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룸메이트가 있을 때 나는 늘 룸메이트보다 설거지를 더 많이 한 것처럼 느낀다.
남편은 늘 가정에 무관심하고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놓고 어지럽히기만 한다. 살림은 나 혼자만 한다.
룸메이트는 설거지를 안 한다. 섭섭하다.
남편은 가정을 위해 하는 게 없다. 섭섭하다.
회사 업무는 늘 불평등하게 나에게 몰려있다. 그런데도 팀원들과 상사들은 몰라준다. 섭섭하다.
우리의 기억은 자신의 한 일만 보게 한다.
남이 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색한 꼰대가 바로 우리 뇌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이 객관적인 데이터인 듯 우리 자신을 속이지만, 기억은 절대 객관적인 데이터가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⑤ 비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이유? 언어를 통해 간접 지식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삼단논법을 아는가?
1) 모든 사람은 죽는다
2)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3)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 삼단논법으로 잘 못 추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1) 모든 생물은 물을 필요로 한다
2) 자동차 배터리는 물을 필요로 한다
3) 자동차 배터리는 생물이다
'자동차 배터리'를 '장미'로 바꾸면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보이나, '장미'로 바꾸더라도 논리적으로 잘 못된 추론이라고 한다.
잘 못된 추론임을 알게 하기 위해 '자동차 배터리'로 예시를 든 것이다.
위 삼단 논법의 논리적 오류는 1) 번이다.
물은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도 필요하다.
주로 생물들이 물을 필요로 한다고 1)과 같이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즉 일부 사례만을 가지고 이것이 맞다고 판단해 이 대표성 없는 불확실한 자료로 결론을 내려 믿는 이 논리적 오류를 우리는 자주 범한다.
왜 사람은 비 논리적인 추론 실수를 하며, 이 추론 실수가 맞다고 성급히 믿는 것일까?
이 책은 언어(글 포함)때문으로 추측한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언어를 가지고 있어, 직접 체험하지 않은 일도, 문서나 영상, 음성으로 읽고 보고 들어서 인지할 수 있다.
이것이 비 논리적 추론을 일으킨다는 거이다.
동물들은 언어나 글이 없어 자신이 경험한 것 이외에는 알 길이 없다.
우리 집 강아지가 가진 지식은 자기가 직접 보고 체험한 것뿐일 것이다.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이 습득한 지식을 믿는다.
나도 이 책(클루지)의 내용 모두를 직접 경험하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읽은 내용을 받아들여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언어를 통해 간접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추론이 가능하고, 추론 능력이 있다 보니 비 논리적 추론 오류도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는 주관적 부분적 사례를 객관화하거나, 전체적인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⑥ 자기가 이미 믿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만 믿는 사람들 - 새로운 견해 부정적인 사람들
신념은 기억을 근거로 굳어진 믿음이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주의를 더 기울인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을 자주 범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친숙한 것에 더 신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친숙 효과에 대해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하나의 그룹에는 도둑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정책이 불법이다라고 말하고, 다른 그룹에는 합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 정책을 바꿔야 되는지를 물었을 때, 상반된 정보를 받은 두 그룹 모두 기존 정책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왜 기존 정책을 바꾸면 안 되는지 이유까지 열거했다고 한다.
이는 두 그룹의 실험자들이 평소 도둑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안 주고에 대해 의견이 있었다기보다는 '잘은 모르지만 원래 정책이 그렇다니까 굳이 바꿀 필요 있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추가적으로 현직에 있는 정치인이 언제나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친숙 효과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나도 그랬던 거 같다. 국회의원 선거 투표 때 일일이 많은 후보자들을 다 알 수 없기에, 현재 집권 정당에 주로 투표했던 것 같다.
내 생각에 친숙 효과 오류는 그것에 대해 잘 모를 때 더 발생하는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게 가장 낫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확증편향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한 그룹에는 위험을 무릅쓰는 능력이 뛰어난 소방 활동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읽게 했다.
다른 그룹에는 반대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형편없는 소방 활동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읽게 했다.
그리고 두 그룹 모두에 이런 연구 보고서가 나온 이유를 적게 했다.
이후 이 연구 보고서가 날조된 것이라고 밝히며 위협을 무릅쓰는 태도가 소방 활동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각 그룹은 각자 자신이 읽은 실험 보고서를 믿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어떤 견해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고 정리하는 것이, 그것이 맞고 틀리고 상관없이 그 견해를 믿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즉, 사실여부와 무관하게이미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증거만 보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고 반대하는 우리 뇌의 클루지이다.
6. 기억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 메타인지
자신의 기억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자신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함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기억들, 이 기억들에 의해 생긴 신념, 신념에 따른 선택과 결정에는 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내 생각과 기억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도구는 '반대'이다. 내가 하려는 결정에 대해 스스로 반대해 보아라.
특히나 중요한 결정에서는 그 결정에 대한 반대되는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를 꼭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편협한 기억이 좁은 범위의 대안들만 제시할 것이다.
더 넓게 바로 볼 수 있도록 최소한 내리는 중요 결정의 반대되는 결정이 무엇인지와 그 결정에 따른 예측되는 결과까지는 고려해 보자.
두 번째 도구는 '미래의 나'이다. 지금 갈망하는 것을 내일의 내가 원할까, 한 달 뒤 내가 원할까, 3년 뒤, 10년 뒤 내가 원할까 생각해 보라.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미래의 내가 원한다면 그것은 중요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도구는 '객관적인 데이터'이다. 내 뇌의 기억은 중요 선택의 데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개인적인 사례일 뿐이기에 현혹되어선 안된다.
통계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다.
데이터의 범위가 클수록 더욱 신뢰할만하다(범위가 작은 데이터는 큰 의미 없다).
네 번째 도구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문제나 갈등이 있을 때 다른 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보라.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의 뇌를 그나마 객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감정과 오염된 기억에서 떠나야 객관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객관적인 답이 가장 좋은 답안이 될 것이다.
다섯 번째 도구는 '적절한 휴식'과 '최대한의 주의 집중'이다.
매사 신중하면 뇌는 과로하여 오작동할 것이다.
용량이 적은 오래된 컴퓨터라 생각하고 평소 용량을 아끼고 중요한 선택에 관련해서만 용량을 사용하라.
책에 나오는 신중 하다 굶어주는 당나귀 일화를 기억하자.
오랜 기간 집을 비워 먹이를 두 개의 통에 넣어줬는데, 어떤 통을 먹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굶어 죽었다.
망설이다 굶어 죽는다. 신중한 선택은 가장 중요한 선택을 위해 아껴라.
여섯 번째 도구는 '모든 행복과 만족의 척도는 상대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행복을 측정하는 자가 있다고 하자.
이 자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행복을 재지 않는다.
이 행복을 측정하는 자는 내 주변 사람들이거나 내가 티브이나 유튜브, SNS, 인스타그램에서 접하는 사람들이다.
어리석게도 연봉 1억 원을 받아도 만족 못해 불행해하고, 차라리 연봉 4천만 원을 받더라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많이 받을 때 더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행복과 만족의 척도가 '상대방'이 아닌 '정확한 기준'이 될 때 우리는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다.
마지막 도구는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이란 투자로 예를 들면 내가 A에 투자하면 B에 투자해서 얻을 수익을 잃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주관적이기에 어떤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주관적이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돈이기에 예상되는 수익과 잃게 되는 비용을 비교함으로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현명함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척도는 수치적이고 물질적인 돈 뿐이라는 것이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지금까지 내용도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가미되었긴 하지만), '돈'이 답이 될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하는 듯하다.
그나마 숫자적으로 결정과 선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기에 좀 더 현명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클루지를 극복하여 부자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클루지에 빠지지 않고 이를 극복하여 돈과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 관계'는 없는 우리 삶의 행복과 만족의 '기준'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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