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님의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를 읽었다. 작가님을 처음 접한 건 유튜브였다. 미국 기준 금리와 연준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시는 것을 보고 이름을 기억해 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제임스 불라드 총재 일화는 꽤 흥미로웠다(책에서도 나온다). 경제나 주식에서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해가 필요할 때 이 분이 나온 영상을 찾아봤는데, 책을 내셨다. 그것도 요즘 핫한 '인플레이션' 주제로 말이다. 보통은 책을 여러 번 읽어보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이 책은 한번 읽고 글을 올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독서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계속해서 읽고 싶은 흥미를 주었던 책이다. 특히 여러 번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정립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채권 수익.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아직도 좀 헷갈린다). 그리고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의 차이.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라. 힌트는 정책을 펼치는 주체가 다르다. 이 책은 자상한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문체 자체가 부드럽다.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인플레이션 시대에서는 돈 벌 수 없다' 는 것이다. 그냥 살아남는 것, 생존이 중요하다. 이 고물가의 기간을 버티면서 인플레이션이 지나간 후를 노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니 책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바란다). 인플레이션이 기승일 때 달러, 유가, 원자재 등이 강세라고 하지만 만족할 만한 이익을 바라기에는 좀 늦지 않았나 싶다. 말 나온 김에 한탄하자면, 난 늘 느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앞섰던 적이 없는 듯하다. 늘 뒤늦게 쫓아가기 바빴는데, 그래서 그런가 주식 투자 역시도 뒤늦게 합류했다. 아래 S&P500 지수에서 한창 주가가 낮을 때인 2020년에 주식을 샀다면 선구자나 다름없겠지만,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각 매체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고 2021년 2월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따뜻한 봄이 오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책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주식이 좋다고 해서 주식을 사다가 재미를 못 보고 팔고 코인이 좋다 하여 코인 투자하다가 폭락해서 팔고 유가가 오른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 달러가 폭등했다 하여 또 뒤늦게 사고, 인플레이션에는 금이 좋다 하여 이번엔 또 금을 사고. 이렇게 뒤늦게 각 때마다 대세인 자산을 쫓아다니는 투자 하다가는 계속해서 손해를 볼 것이다.
그렇담 나 같은 느림보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안 그래도 뒷북 치는데 거기다 인플레이션까지 오다니, 너무나 혹독하다. 일단 앞서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의 인생을 돌아봐라. 한 번이라도 앞서 본 적 있는가? 지금까지 인생이 그랬는데, 갑자기 투자에 있어서 앞선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거의 오판일 가능성이 높다. 남들보단 앞선 투자 정보를 알게 되었다?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느림보인 자신을 인정하고 앞선 사람들과 경쟁하려 하기보다 나만의 레이스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행이게도 경제에는 사이클(주기)이 존재한다. 경기도 상승했다 하락하는 사이클이 있고, 자산 가격도 어떤 때는 이 자산 가격이 높았다, 저 때는 저 자산 가격이 높았다, 낮았다 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점점 책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이 있기에, 저점에 미리 선점해 고점에 이익을 볼 능력이 안되더라도 살아남아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면 큰 이익은 아니지만 수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주식, 금, 달러, 현금(예적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대박을 노리고 영끌한 자금(특히 대출)이 아닌 적지만 오랜 기간 투자할 수 있는 순수 여유 자금으로 꾸준히 분할해서 조금씩 투자하는 방법이 바로 느림보 투자자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마치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하면 건강하다는 말처럼 식상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받지 말고 운동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 비법인 것처럼, 식상하지만 장기 투자, 분산 투자, 분할 투자, 당장 쓸 돈이 아닌(대출과 같이 기한이 잡힌 돈이 아닌) 적더라도 여윳돈으로 하는 투자가 돈을 잃지 않는 최고의 투자이다.
거기다 술, 담배 하지 말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하라는 말과 같은 거시경제에 대한 공부를 하라는 말을 더하고 싶다. 경제 신문도 보고 말이다. 이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라는 책도 보고 노력해서 공부를 한다면 최소 10년 넘게 물려있는다거나,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다거나 하는 비극에서 나를 구해주는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도 앞으로 어떤 국면이 될지, 예를 들면 저성장 고물가 일지 저성장 저물가 일지 고성장 저물가 일지 정확히 답을 내리기보다 가능성 높은 미래를 예측하고 각 국면에 강한 자산을 소개해준다. 현재의 고물가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살아남는 전략과 고물가의 강한 자산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고물가 국면 이후의 변화를 염두에 두는 투자가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나와 같은 느림보 투자자라면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몇 번 더 읽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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