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에 동맥경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시 보니 '돈맥경화'이다.
혈관이 막혀 혈류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동맥경화라면, 자금 흐름이 막히는 것 즉 돈의 흐름이 원할치 않은 것이 '돈맥경화'이다.
동맥경화가 혈관에 찌꺼기가 껴서 위험한 병이 되듯이, 돈맥경화도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왔다고 한다.
※ 부동산PF ABCP란? 주로 증권사가 부동산PF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다수의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
기사를 간단히 축약하면 레고랜드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SPC라는 법인 발행한 채권을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고 한다.
그런데 만기가 돌아오자 보증을 선 강원도가 대출원금을 갚지 않자 해당 ABCP(간단히 어음이라고 하겠다)는 부도 처리되었다고 한다.
레고랜드 어음은 지방정부인 강원도가 보증한 채권으로 국고채 수준의 신용도를 받았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나라가 갚는다고 보장한 신용도라는 것이다.
근데 그게 채무 불이행이 생기자, 시장 분위기가 채권을 아예 못 믿게 되어 자금 경색(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막힘)이 발생했다.
어음과 채권은 신용이 생명인데, 이번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지방정부가 신용을 안 지키는데 은행, 증권사뿐 아니라 기업들을 어찌 믿고 돈을 빌려주겠냐는 것이다.
또 하필이면 채무 불이행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도 자금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인체도 피가 충분하게 돌면 작은 막힘이 있더라도 별문제 없을 것이다. 반대로 혈액이 부족하면 작은 막힘도 위험할 것이다.
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 우석건설은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되었다고 한다. 지방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역시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P-CBO 발행을 했다고 한다.
P-CBO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통상 중소기업이나 자금 사정이 나빠진 기업들이 즐겨 쓰는 자금조달 통로인데 대기업 건설사들마저 P-CBO 발행에 나선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8월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받아 800억 원 규모의 P-CBO를 발행했고, 롯데건설은 300억 원어치의 P-CBO를 발행했다.
시행사들이 PF 대출이 막혀 어려움을 겪자 많은 건설사가 대신 빚을 떠안거나 공사비를 받지 못해 재무구조 악화와 부실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부동산PF ABCP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다 보니 주관사인 증권사가 전부 매입해야 하는 부담을 않게 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완주 PF ABCP를 자체 자금으로 전액 매입했고, 교보증권은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다.
금리인상으로 시장에 자금 혈액이 부족한 시기다 보니 더 문제가 불거졌다고 한다.
뒤늦게 강원도가 대출 상환을 약속했지만 자금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추가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PF ABCP이다 보니, 건설사와 증권사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아래 '건설업자금조달지수'를 보니 10월이 9월 52.7에서 12.5포인트 급락한 40.2를 기록했다. 1년 전인 2021년 10월 71.2와 비교해 무려 31.0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 5월(39.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건설사가 느끼는 체감은 더 최악이라고 한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중 신용도에 의심이 가는 이 사건으로 투자자의 외면을 받자, 자금 유치를 위해 채권금리를 올리고 있다. 3개월 단기 채권 금리가 15% 이상으로 발행되었다고 한다.
작년까지 풍부한 유동성을 보였던 투자시장이, 지금은 원할치 못한 자금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 돈이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가 시작이 된 듯해 불안하다. 동맥경화가 다른 심각한 병의 원인이 되듯, 현재의 '돈맥경화'로 어떤 문제가 파생될지 염려된다. 일단은 정부에서 긴급 자금 수혈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한 자금 수혈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 심각한 경제 위기로 가는 길목일까? 우리나라 경제가 큰 위기 없이 회복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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