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설득의 중요성을 느낀다.
나 자신과 가족들,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가 없다.
주변 사람조차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데, 어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겠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생은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이 책은 다른 사람들 말들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내가 원하는 것 하나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해 답답했던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내용 중 실제로 내 삶 속에서 효과를 보았던 심리학 기술을 소개하겠다.
1. 상대에게 가벼운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마법의 말, "왜냐하면"
상대에게 작은 양보나 호의를 청할 때, 이유를 덧붙이며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복사기를 사용하려는 대기 줄에서, 앞에선 사람에게 순서 양보를 부탁하는 실험 결과가 이 책에 나타나 있다.
순서 양보의 이유를 덧붙였을 때 양보 승낙률은 94%였고, 이유를 덧붙이지 않았을 때가 승낙률 60%로, 무려 34%나 차이가 났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이유가 있기를 원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으로, 이유가 있다면 가벼운 양보나 요청은 충분히 승낙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가벼운 부탁을 할 때는 "왜냐하면"이라는 말과 함께 이유를 밝히면, 상대에게 작은 호의를 받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2. 사야 할 물건에 대해 잘 모를 때 자주 범하는 고정관념, "비싼 것이 좋은 것"
마트에서 계란을 살 때 신선하고 품질 좋은 계란을 고르고 싶을 때, 대부분 조금이라도 가격이 비싼 계란을 산다.
왜냐? 좋은 계란을 사고 싶은 반면에 좋은 계란 구별법은 따로 공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비싼 게 좋은 거겠지 넘어가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이런 실수를 계란 고르는 데서만 하면 다행인데, 그보다 훨씬 고가의 물건을 고를 때도 같은 실수를 하는 것이 문제이다.
구매하고 싶은 어떤 상품이 있다면 그 상품에 대해 신중하게 분석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 "비싼 게 좋은 것"이라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그 상품이 고가라면 더욱 분석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고정관념으로 '전문가나 유명인의 추천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것'과 '좋은 리뷰가 많은 상품을 신뢰하는 것'이 있다.
이 역시 상품을 분석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 진정 싸고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3. 설득의 주짓수 기술, "대조원칙"
미지근한 물을 뜨거운 물로 느끼게 우리의 인지 능력을 속이는 방법은, 차가운 물에 손을 넣고 있다가 미지근한 물에 손을 넣으면 된다.
상대의 강한 힘을 역 이용해 제압하는 무술로 주짓수가 있듯이, 심리적으로 강하게 상반된 상황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한다.
아래 2가지가 바로 그 사례이다.
-. F학점을 부모님께 편지로 고백하는 방법:
「부모님, 저는 대학에 입학한 후 잘 지내고 있어요.
기숙사에 불이 났었고 불을 피해 뛰어내리다 2주간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했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답니다. 아직 가벼운 두통과 시력 저하와 같은 후유증이 있지만, 괜찮아요.
기숙사 불로 오갈 곳이 없어 주유소 직원의 집에서 같이 지내고 있어요. 같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임신을 하게 되었어요. 축하해 주세요. 그는 성병이 있지만 매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이제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기숙사에 불이 나지 않았고, 임신도 하지 않았어요. 주유소 직원도 가상 인물이랍니다.
그렇지만 F학점을 받았어요.
그래도 위와 같은 불행한 일 없이 몸 건강히 잘 있으니 예쁘게 봐주세요.」
-.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이 쓰는 설득 기술:
「그들은 자동차 구매가 확정될 때까지 추가 옵션을 권하지 않는다.
큰 금액의 차량 계약 완료 후에는 사소한 옵션을 추가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추가 옵션 권장도 각 옵션들 하나하나 따로따로 제시함으로 옵션 비용을 더 작아 보이게 만든다.
차 값 대비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옵션들을 계속 추가하다 보면 최종 구매 금액은 처음 자신이 계획한 예산을 초과해 있다.
예상보다 크게 부풀어 오른 계약서 상의 가격을 확인하게 되면, 그제야 구매자들은 '이게 아닌데.' 하는 찝찝함을 느낀다.」
4. 원치 않는 호의도 갚아야 할 부채로 남는다, "부채의식"
누군가 건네준 자판기 커피(내가 마시고 싶었거나, 마시고 싶지 않았거나)에도 나중에 나도 그 사람에게 커피를 뽑아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이 바로 '부채의식'이라고 한다.
'부채의식'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자신이 받기만 하고 베풀 줄 모르는 인색한 사람으로 보일까 하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그 두려움이 다른 사람의 호의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만들게 된다.
상대에게 받은 호의에 보답하는 것을 상호성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내가 원치 않는 호의에도 부채의식이 생겨 이 상호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불쾌하고 달갑지 않은 사람이나 낯선 사람이 불순한 의도로 호의를 베풀며 어떤 요청을 하면, 우리는 그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빚을 청산하지 못한 듯한 불편함이 엄습한다.
그렇다고 어떤 호의든 꿍꿍이가 의심하며 모든 호의를 거절한다면 굉장히 못된 사람이 될 것이다.
짚고 넘어갈 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호의를 통해 불순한 요청을 허락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불순한 의도를 갖은 호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대처 방법은 책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109 페이지부터 살펴보면 우리를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나타나 있다)
5. 나는 자주 호의를 베푸는 사람인데, 다들 그 호의를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면?
호의를 베풀 때 "입장이 바뀌었다면 당신도 제게 똑같이 해주었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상대방에게 상호성의 원칙을 의무감으로 남겨놓아라.
기버(주는 사람)가 받기만 하려는 사람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 책을 보니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호의를 베풀면 상대방이 그 호의를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마음의 빚을 지게 된다.
이렇게 자신에게 마음의 빚을 가진 부채자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자신에게 중요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도움을 받아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기버 중 호구처럼 주기만 하지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정말 마음이 착한 사람들은 호의를 베풀 때 그 호의를 받는 상대방이 부담될까, 자신의 호의를 별거 아닌 양 말한다.
이 책에서는 "입장이 바뀌었다면 당신도 제게 똑같이 해주었을 거예요."라는 식으로 말해, 상대에게 상호성의 의무감과 부채의식을 남겨 놓으라고 권한다.
보답이 상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진정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기버가 아닐까?
6. 협상의 달인이 되는 방법, " 거절 후 양보 전략"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바로 협상 능력을 키우고자 함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합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 능력이 너무나 필요하다.
협상의 목표는 상대방을 설득하여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협상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연봉 협상이었다.
직장인들에게는 1년 한번 있는 이 연봉 협상이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이 협상을 얼마나 형편없이 했는지 사직서를 내보니 알 수 있었다.
사직서를 내보니 연봉인상률이 지난 인상률 대비 +8%나 더 높아지니 말이다.
왜 꼭 사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야 연봉 인상률이 높아졌던 것일까?
다들 회사 문제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의 협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니 협상을 시도할 용기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회사는 나에게 연봉을 더 줄 수 있는 마음도 있었고 상황도 되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근데 회사가 제시한 연봉에도 무탈하게 잘 다니는 협상의 의지 없는 나에게 굳이 알아서 좀 더 얹어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럼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가? 아래의 보이스카웃 소년에게 배우라.
-. 길거리에서 보이스카웃 서커스 행사표를 파는 보이스카웃의 협상 능력, '거절당한 후 한 발 양보한 제안으로 협상 성공하기'
「이 책의 작가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한 소년에게 금요일 밤에 있는 보이스카웃 서커스 행사표를 사달라고 요청받는다.
작가는 서커스에 관심도 없고 불금을 보이스카웃과 보내는 게 끔찍했기에 표를 사는 것을 거절했다.
거절당한 소년은 바로 서커스표 대신 1달러짜리 초코바 몇 개를 사달라고 요청한다.
작가는 홀린 듯 초코바 몇 개를 사게 되었다. 초코바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처음에 나는 고작 1달러짜리 협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연봉 협상과 같은 중차대한 일에 과연 가능할까?
아니 연봉 협상보다 더 중차대한 일에도 '거절당한 후 한발 양보한 제안으로 협상 성공하기' 전략이 효과가 있음을 이 책의 사례를 통해 깨달았다.
역사적 사건 중 미국 닉슨 대통령을 파멸로 이끈 '워터게이트 사건'이 그 증거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을 재 당선 지키려는 사람들이 워터게이트 건물을 도청을 하려다 발각된 사건인데, 희대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추대받는 사건이다.
이 도청 제안을 한 사람은 평소 평판도 안 좋은 사람이었는데 대통령의 직속들이라는 그 똑똑한 사람들이 이 제안을 수용하게 된 데는, 이 어리석은 도청 제안이 '거절당한 후 한 발 양보한 제안으로 성공하기' 기술을 통한 제안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도청 제안 전에 상대 진영 정치인을 추격기를 통한 감시하자는 제안, 납치하자는 제안, 콜걸을 통해 함정에 빠뜨리자는 제안 등 내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였다고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제안들이 거절당한 후 한발 양보된 그나마 수용 가능한 도청 제안을 들이밀자 이 똑똑한 정치가들은 승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절당한 후 한발 양보한 제안으로 협상에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는 처음에 상대가 거절할 만한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생각해 두었던 부탁을 제안해서는 안된다. 그보다 큰 스케일의 상대가 거절할만한 부탁을 통해, 상대의 부탁 수용 범위를 넓혀서 그보다 작은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 방법이 효과 있으려면 원래 염두에 두었던 부탁이 상대가 무리를 느끼지 않을 만큼의 부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의 요구보다 적당히 과장된 요구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하면, 그보다 작은 요구의 대안을 주고받는다.
여기서 첫 째 제안을 거절한 상대는 양보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특히 중요한 협상에서는 물러나지 않는 태도보다는 주고받는 태도가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무리한 요구를 거절당한 후 상대와 작은 양보와 대안을 주고받으며, 자신이 원하던 원래 목적에 가까워지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설득의 심리학'에서 내가 써먹고 효과를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이게 효과가 있을지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니, 대화의 두려움보다는 묘한 성취감을 느끼게 대화에 더 재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나처럼 협상 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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